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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오면 말고’식 결혼식 문자 상대의 입장 배려하는 마음 필요

경주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11.13 08:04 수정 2017.11.13 08:04

사설

사 설

‘안 오면 말고’식 결혼식 문자
상대의 입장 배려하는 마음 필요



친분이 깊지는 않지만 얼굴을 아는 한 사람이 있다. 직업은 의사다. 돈도 잘 번다. K라고 하자.
K는 일마치고 돈을 싸들고 집으로 향하는 일부 의사들과 달리 선후배 등 주민들과 교분도 많이 갖는다. 비용을 들여 좋은 일도 하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주위 사람들의 경조사도 세심하게 챙기는 편이다. 그런데 얼마 전 본인의 딸 결혼식에는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에게 전혀 연락하지 않고 결혼식을 서울에서 치렀다. 양가에서 각 40명만 초대하기로 합의한 모양이다. 40명이면 가족과 가까운 친지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후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친구와 친한 선후배들이 섭섭하다며 부조금이라도 내려 했으나 일절 받지 않았다. 본인 돈으로 결혼식을 치를 수 있는 형편인데 여기저기 부담주기 싫다는 이유였다. K는 지금도 남들 경조사에 다니고 있다.


또 하나의 일화를 알고 있다. 경영상 필요에 의해 건물 한 채를 경매로 받았으나 여건상 포기했는데 몇 년 뒤에 제3자에게 팔게 되었다. 경매에 따른 비용이나 이자 비용도 있었지만 ‘내가 경매 받아 돈 남겼다’는 소리 듣기 싫다며 당초 경매 받은 금액 그대로 팔았다. 참 신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형편이 되어서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돈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초연하기란 매우 어렵다. 경주사회에서 자녀 결혼식에 부조금을 받지 않아 화제가 된 경우가 몇 번 있었다. 물론 부조금을 받지 않아도 되는 재력의 소유자였지만 현금의 유혹을 포기할 수 있는 용기는 대단하다. 부부간 합의도 되어야 할 것이다.


결혼식 시즌이 되니 휴대폰 문자에는 결혼식을 알리는 문자가 수두룩하다.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사람의 문자도 온다. 그럴 입장이 아닌 사람에게도 날아온다. 이쯤 되면 불쾌할 정도다. ‘안 오면 말고’ 식의 문자보내기는 일종의 횡포이고 모독이다. 시험에 들게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상대의 마음과 기분을 헤아려서 결혼식 초대 문자를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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