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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기존 건식저장시설 보상, 시행령에 명문화하라”

오마이경주 기자 입력 2025.08.18 09:37 수정 2025.08.18 09:38

월성원전 인접 3개 발전협의회 공동 성명…정부 ‘약속 이행’ 강력 촉구 “40년 희생 외면한 제도 설계 안 돼…행정 신뢰 시험대 될 것” 경고


동경주 지역 주민들이 정부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시행령에 기 존 건식저장시설 보상 및 지원 조항을 명확히 포함할 것을 재차 요구하고 나섰 다.


감포읍, 문무대왕면, 양남면 발전협 의회는 지난달 30일 열린 시행령 공청회 직후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정부가 과 거 약속을 지키고 지역과의 신뢰를 회복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3개 발전협의회는 공청회 이후인 지난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공동 건의문 을 전달했다. 건의문에서 주민 대표들은 “40여 년간 국가 에너지 안보를 위해 원 전과 방사성폐기물을 감내해온 지역의 희생을 외면한 제도 설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존 건식저장시설 수용 지역 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과 지원이 반드시 시행령에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주민들은 월성원전 부지 내 캐 니스터와 맥스터 등 건식저장시설이 수 십 년간 고준위 방폐물의 안전한 보관을 위해 필수적인 역할을 해왔음을 강조했 다.


특히 2016년 7월 원자력진흥위원회 가 의결한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 획’에서 정부가 기존 건식저장시설 지원 방향으로 협의하겠다고 명시했던 점을 지적하며, 이번 시행령에서 해당 내용이 빠진 것은 “명백한 약속 불이행”이라고 비판했다. 공청회 현장에는 사전에 준비된 200 석이 모두 찰 만큼 많은 주민들이 몰렸 고, 일부는 서서 참석하거나 밖에서 모 니터로 내용을 지켜봤다.


질의응답 시간 에는 총 17명의 주민이 마이크를 잡았으 며, 이 중 10명 이상이 ‘소급 적용 지원’ 과 ‘공정한 지원금 배분’을 핵심 의제로 언급했다. 주민 A씨는 “1991년부터 월 성원전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캐니 스터에 보관하며 지역이 위험을 떠안아 왔다”며 “이제 와서 향후 시설에만 지원 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주민 B씨는 “2020년 맥스터 추 가 건설 당시 약속된 750억 원 지원금 중 절반 이상이 원전 인접 3개 읍면이 아닌 경주시 전역으로 분산됐다”며 “원 전 피해를 직접 감수하는 지역 주민에게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일부 참석자들은 박수로 호응하며 분위기가 한층 고조됐다. 산업부 측은 “주민들의 의견은 상부에 충실히 전달하겠다”고 밝혔으나, 소급 지원의 법적 타당성이나 제도 개선 계 획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양기욱 산업부 원전전략기획관은 “시행령은 법률에 근거해 작성되기 때 문에 범위를 넘어서는 지원 조항을 넣기 어렵다”면서도 “주민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검토하겠다”고 설명 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검토”라는 표현 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발전협의회는 건의문에서 △기존 건 식저장시설 수용 지역에 대한 보상·지 원 명문화 △2016년 기본계획에 담긴 ‘기존 수용 지역 수용성 제고 방안’ 구체 화 및 즉각 이행 △향후 시행규칙과 기 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주민 의견 적극 반영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시행령이 앞으로의 고준위 방폐물 관리 정책 신뢰 도를 가늠하는 ‘첫 시험대’라며, 정부의 성의 있는 조치 없이는 지역 협력이 불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주민 대표들은 “정부가 이 요구를 어 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고준위 방폐물 정책의 안정성과 정부-지역 간 신뢰 회 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이번 사안 은 단순한 재정 지원이 아니라 국가 에 너지 정책의 신뢰 기반을 지키느냐의 문 제”라고 강조했다.


특별법 제정 이후 열린 첫 공식 공청 회 직후 발표된 이번 공동 건의문은 향 후 정부의 대응 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역사회에서는 시행령 수정 여부와 함께, 산업부가 법률과 기 본계획에 기존 시설 지원 조항을 포함 시킬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민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향후 시행규칙 제정 과정이나 국회 차원 의 재논의 움직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부에서는 경북도의회와 경주시의회 가 공동 결의안을 채택해 정부에 압박 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지역 인사는 “이번 사안이 단순히 동경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전국 원전 소재지의 공통 쟁점이 될 수 있다” 며 “정부가 이번에 어떤 결정을 내리는 지가 다른 지역에도 신호를 줄 것”이라 고 말했다.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이번 논란은 단순한 지역 민원 차원을 넘어 국가 에너지 정책 전반의 신뢰성과 지속 가능성을 시험하는 분수령이 될 것 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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