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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 지적 이후에야 공개 사과…“늑장·등 떠밀린 사과”
“무료 국수” 문구로 시민 모욕감…경주지역 격앙된 여론
실무자 단독 실행 해명 vs 환경단체 “정치적 의도” 맞서
총리실 감찰·내부 감사 진행…관련자 징계 불가피 전망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경주시내에 내걸었던 홍보 현수막 표현이 시민을 모욕했다 는 거센 비판 속에 결국 공식 사과했다. 문제의 현수막 문구는 지역 주민을 ‘시혜를 받은 대상’처 럼 묘사해 파문을 키웠고, 국무총리까지 직접 지 적하며 공기업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사태로 비화됐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 15일 월성원자력본부가 경주시내 주요 지점 12곳에 내건 현수막이었다. 현수막에는 “5년 동안 월성원자력본부가 경주시 에 지방세로 2190억을 냈다지요?”, “이번 벚꽃마 라톤 때 월성본부가 무료로 주는 국수도 맛있게 먹었잖아!”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표현은 곧 시민사회를 달궜다. “시민을 거지 취급한 것이냐”, “단순한 봉사 활동을 시혜처럼 포장했다”는 비판이 잇따랐고, SNS와 지역언론 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더불어민주당 경주시 지역위원회는 현수막 사진을 공개하며 “무책임 한 감성 홍보”라고 규정했다.
논란이 커지자 월성원자력본부는 불과 두 시간 만에 현수막을 전부 철거했지만, 이미 불씨는 전 국적인 파문으로 번지고 있었다.
사건 발생 직후 한수원은 지역 정당과 경주시 청을 방문해 비공식적으로 해명했을 뿐, 공개 사 과는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김민석 국무총리가 21일 페이스북에서 “사태 경위를 철저히 확인하 고 공직자 소통 태도를 바로잡겠다”고 언급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결국 다음 날인 22일 오후, 전대욱 한수원 사장 직무대행은 경주상공회의소에서 긴급 기자회 견을 열고 “깊은 심려와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 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본래 홍보 목적이었으나 표현의 적절성을 검토하지 못 한 불찰”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사과의 시점과 방식이 문제로 지적됐 다. 지역언론 경주포커스 기자가 “총리 지적 뒤 마지못해 사과한 것 아니냐”고 묻자, 전 사장 직 무대행은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겠다. 저희 불 찰”이라며 사실상 수긍하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 는 ‘등 떠밀린 사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었다.
이번 현수막 사태의 책임 소재를 두고도 논란 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 사장 직무대행과 정원 호 월성원자력본부장은 “실무 담당자가 상부 보고 없이 실행했다”고 해명했다.
정 본부장은 “원래 계획은 발전소 인근 지역에 만 현수막을 설치하는 것이었으나, 담당자가 독 단적으로 시내권까지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전 직무대행 역시 “본사와 본부가 전혀 인지하지 못 한 채 진행됐고, 지역 항의가 들어오고 나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모든 책임을 실무자에게 전가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국무총리실 감찰과 한수원 감사실의 조사가 동시에 진행 중이어서 향후 징계 여부와 책임 범위가 주목된다.
한편, 경주환경운동연합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실수로 보지 않았다. “현수막 게시는 이재명 정 부의 원전 정책 축소 기조에 반대하는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성명서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재생에너지 확대 필요성 을 강조한 직후, 불안을 느낀 한수원 측이 경주 시민을 앞세워 정부 정책에 맞서려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들은 “현수막은 ‘원전 지원금이 줄면 시민 피해가 발생한다’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담 고 있다”며 단순한 홍보 차원의 해프닝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한수원의 ‘시민과의 소통 태 도’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단순 홍보가 시민 모욕으로 읽히 게 된 배경에는, 공기업 내부에 뿌리 깊은 시혜적 시각과 절차 부실, 그리고 늑장 대응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었다.
전 사장 직무대행은 “내부 검증 절차를 철저히 재점검하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 며 “총리실 감찰과 감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들에 대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 나 지역 시민사회와 언론의 문제 제기, 정치권의 압박까지 맞물리며,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을 넘 어 공기업 책임론과 에너지 정책 논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