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경주시 기초의원 선거구가 최종 확정됐다. 그간 ‘뛸 운동장’조차 알지 못한 채 안갯속 레이스를 펼치던 후보자들은 한숨을 돌렸지만, 선거 직전 선거구가 뒤바뀌거나 통폐합되면서 유권자와 후보자 모두 심각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경북도의회는 27일 제361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고 경북 시·군의회의원 선거구 및 선거구별 의원 정수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경주시의회 의원 정수는 기존 21명에서 지역구 선출직 19석과 비례대표 3석을 합쳐 총 22명으로 1명 늘어났다.
최종 확정된 9개 지역 선거구는 ▲‘가’ 선거구(황성·황오·성건) 3명 ▲‘나’ 선거구(외동·불국) 2명 ▲‘다’ 선거구(감포·문무대왕·양남) 2명 ▲‘라’ 선거구(현곡·천북) 2명 ▲‘마’ 선거구(안강·강동) 2명 ▲‘바’ 선거구(용강·보덕) 2명 ▲‘사’ 선거구(동천·월성) 2명 ▲‘아’ 선거구(황남·선도·내남) 2명 ▲‘자’ 선거구(건천·산내·서면) 2명이다.
이날 획정안 의결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경주시지역위원회가 명운을 걸고 주장했던 ‘외동읍 단독 2인 선거구’ 개편안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의원 1인당 인구수가 15,582명에 달하는 ‘외동·불국’ 선거구와 7,633명에 불과한 동해안권 선거구의 격차를 지적하며 표의 등가성 훼손을 강력히 비판했다. 그러나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보수 진영과 도의회의 논리는 달랐다. 행정구역의 역사적 연속성과 특정 지역 분구 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타 지역구 통폐합의 ‘연쇄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외동읍이 단독 2인 선거구로 분리될 경우, 근로자 인구 유입이 많은 지역 특성상 야당이나 무소속 후보의 진입 장벽이 현저히 낮아지게 된다"며 "결국 도의회 차원에서는 전체 선거구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특정 정당에 유리할 수 있는 판세 변화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보수 진영의 견제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가장 큰 문제는 지각 획정으로 인한 선거판의 대혼돈이다. 당장 선거구 통폐합의 직격탄을 맞은 지역에서는 출마자들의 동선이 엉키며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3명의 시의원을 선출하는 ‘가’ 선거구(황성동·황오동·성건동)는 이번 경주시의원 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급부상했다. 기존 황성 지역 출마자와 황오 지역 출마자가 한 선거구로 묶이면서, 현재 국민의힘 공천 신청자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진보당, 조국혁신당 후보까지 무려 9명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의 경우, 이 지역에서만 현역 의원 3명과 신인 1명이 도전장을 내밀어 공천권을 따내기 위한 당내 집안싸움이 본선보다 치열해진 형국이다. 인지도와 조직력을 갖춘 현역 의원들의 각축전에 야당 후보들의 도전이 더해지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 판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선거를 한 달 남겨두고 선거구가 확정되는 촌극이 벌어지면서, 유권자들은 자기 동네 후보가 누구인지 공약은 무엇인지 검증할 최소한의 시간조차 빼앗겼다"며 "결국 기득권을 가진 정당과 인지도 높은 현역 의원에게만 절대적으로 유리한 ‘깜깜이 선거’가 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정당 간의 유불리와 후보들의 셈법을 떠나, 늑장 선거구 획정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경주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오게 됐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방선거가 유권자의 무관심 속에 치러지지 않도록, 남은 기간 후보자들의 투명한 공약 제시와 유권자들의 철저한 검증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