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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슬기로운보장생활> 지인 차량 탑승 중 참변…동승자 보상의 맹점과 대처법

오마이경주 기자 입력 2026.04.29 09:13 수정 2026.04.29 09:14




최근 참혹한 교통사고로 4명의 귀중한 생명이 스러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이번 사고는 동승자들이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점에서 지역 사회에 무거운 숙제를 던졌다. 이웃 간의 정이 두터운 우리 경주 지역에서는 애경사나 모임 후 지인의 차량에 동승하는 일이 빈번하다. 그러나 선의로 시작된 ‘호의 동승’이 예기치 못한 비극으로 끝났을 때, 남겨진 피해자와 가족들이 겪어야 하는 현실은 참담함을 넘어 가혹하기까지 하다.

동승자 입장에서는 ‘내 과실로 일어난 사고가 아닌데’라며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지만, 현행법과 보험 약관의 잣대는 냉혹하다. 가장 먼저 부딪히는 장벽은 ‘호의동승 감액’이다. 차량 운전자가 대가 없이 호의로 동승자를 태웠을 경우, 사고 발생 시 동승자에게도 일정 부분 위험을 감수한 책임이 있다고 보아 통상 10~30%가량 보상금이 삭감된다. 여기에 이번 사고처럼 ‘안전벨트 미착용’ 사실이 더해지면 과실 비율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안전벨트 미착용은 본인의 생명줄을 놓은 것과 같아 추가로 10~20%의 보상금 감액 사유가 된다. 결국 피해자는 막대한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고도 온전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이중고를 겪게 되는 것이다.

더욱 난감한 상황은 사고를 낸 운전자가 현장에서 사망했을 경우다. 가해자가 사망하면 남겨진 동승자나 그 유가족은 어디에 책임을 물어야 할지 막막해하며 심리적 공황에 빠지기 쉽다. 지인의 죽음이라는 슬픔과 보상이라는 현실적 문제가 얽히면서 제대로 된 대처를 주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비극 앞에서도 권리는 냉철하게 찾아야 한다. 운전자가 사망했다 하더라도 민사적 손해배상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동승자는 사망한 운전자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의 ‘대인배상’을 통해 보상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만약 사망한 운전자가 책임보험만 가입했거나 보상 한도가 턱없이 부족한 ‘무보험’에 가까운 상태라면, 동승자 본인이나 직계가족이 가입한 자동차보험의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 특약을 활용하는 것이 현명한 방안이다. 이 특약은 가해 차량의 보험으로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할 때, 내 가족의 보험사에서 먼저 보상을 해주고 향후 보험사가 가해자 측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제도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복잡하고 예민한 사고일수록 초기 대응이 결과의 성패를 가른다고 입을 모은다. 유가족은 깊은 슬픔 중이더라도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블랙박스 영상이나 경찰의 교통사고 사실확인원 등 객관적인 증거를 신속히 확보해야 한다. 또한 보험사와의 합의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충분한 치료와 후유장해 여부를 지켜본 뒤, 필요하다면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나 손해사정사 등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복잡한 과실 비율과 호의동승 감액의 적정성을 따져봐야 한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사고로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남겨진 이들의 막막함을 지역사회가 외면해선 안 된다. 법적 보상 절차는 차갑고 복잡하지만, 이들이 정당한 권리를 찾고 온전히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의 무료 법률 자문이나 유가족 심리 치유 지원 등 따뜻한 행정적 뒷받침도 절실히 요구된다.

안전벨트는 생명줄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이번 사고는 뼈아프게 증명했다. 내 차가 아니라는 이유로, 가까운 지인이라는 이유로 안전에 무감각해지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호의가 비극이 되지 않도록, 운전자와 동승자 모두 스스로의 안전을 책임지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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