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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APEC 성공 유치, 천년고도 경주에 드리운 '투어리스티피케이션' 그림자

오마이경주 기자 입력 2025.11.20 09:13 수정 2025.11.20 09:15



                                                                  사단법인 지역상권경제포럼 이사
                                                                  관광마케팅연구소 대표 민대식


2025년 APEC 정상회담의 경주 유치와 성공적인 개최는 천년고도 경주에 찾아온 가장 중요한 기회이다. APEC은 단순히 국제회의를 넘어, 경주가 ‘K-헤리티지’의 대표 주자로서 전 세계에 도시브랜드 이미지를 각인하고, 국제적인 ‘MICE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이는 경주 관광의 질적·양적 성장을 동시에 이끌 ‘퀀텀 점프’(경제·사회에서는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실적이 호전되는 현상)의 기회임이 분명하다.
APEC 개최는 단기적으로 도시 인프라를 국제적 기준에 맞춰 개선하고 인지도를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대규모 국제 행사가 끝난 뒤, 과거 많은 도시들이 겪었던 것처럼 관광객 감소와 시설 노후화라는 딜레마에 빠지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지속 가능한 환대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신중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APEC의 단기적 성과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고도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국제적 관광객 환대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경주는 이미 황리단길에서 ‘관광객의 습격’으로 거주 주민들의 절반 정도가 마을을 떠나는 현상을 경험했다. APEC 유치로 인한 잠재적인 국제 관광객 수요 증가에 앞서, 우리는 이미 경주의 핵심 관광지에서 발생하는 폐해를 직시해야 한다. 바로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 현상이다. 이는 투어(Tour)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합성어로, 관광객이 주거지역으로 몰리면서 임대료 상승, 상업화, 소음 등으로 인해 지역 주민의 일상이 파괴되고 결국 내몰리는 사회적 현상을 의미한다.

경주의 관광 패턴이 유적지 위주의 단체 관광에서 황리단길을 중심으로 하는 개별 관광(FIT)으로 전환되면서, 이제 황남동 주민들뿐 아니라 새롭게 관광객 유입이 늘어나고 있는 황오동 주민들도 이 현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고즈넉한 한옥 생활을 꿈꾸거나 수십 년째 동네를 지켜온 주민들은 주말마다 몰려오는 관광객들로 인해 온 동네가 주차장이 되어버리고, 꽉 막혀버린 도로로 고통받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늘어나는 카페와 음식점들로 인해 주민 생활에 필수적인 세탁소, 미용실, 식료품점과 같은 시설들이 사라져가면서 생활의 불편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주민들이 떠나면서 빈집이 늘어나고, 관광객들로 인한 사생활 침해나 교통 불편 등으로 도심지역에 주거인구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은 장기적으로는 골목상권의 침체를 가속화 사킬 위험이 있다.

APEC이 경주의 위상을 높일수록, 황리단길을 넘어 다른 로컬 골목에도 이 현상이 확산될 위험은 더욱 커진다. 관광 산업이 경주 경제의 핵심인 만큼 관광객 유치가 필요하지만,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인해 경주에 살고있는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삶이 행복하지 않다면, 이는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길이다.

‘경주에 살고 있는 현지 주민들이 행복해야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도 행복하게 맞이할 수 있다.’ 이 명제는 지속 가능한 환대 도시의 기본 전제이다. 따라서 포스트 APEC 시대의 국제 관광 수요에 대비하고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더 늦기 전에 선제적이고 강력한 정책 도입이 필수적이다.

첫째, 주거지 보호 강화이다. 황남동, 황오동 등 주거 밀집 지역에 ‘거주자 우선 주차제’를 시급히 도입하여 주민들의 주차 공간을 우선 확보하고, 관광객 차량의 주거 공간 주변 진입을 엄격하게 단속해야 한다. 나아가 아파트단지 밀집 지역에도 ‘거주자 우선 주차제’를 확대하고 공영주차장을 확보하여 소방도로 등 재난 대비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주민의 일상을 지키는 동시에, 안전한 도시 환경을 만드는 기본이다.

둘째, 대중교통 접근성 증대이다. 관광객들이 차량 없이도 도심지 관광을 즐길 수 있도록 주말 및 성수기에 보문단지 등 주요 숙박단지에서 시내권으로 진입하는 교통수단을 증편하여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셋째, 교통 및 주차 관리 시스템 개선이다. 박물관, 동궁과 월지 등 주요 관광지 주차장을 유료화하여 장기 불법 주차를 방지하고, 경주시티투어 운영 규정을 완화하여 다양한 코스 개발을 유도해야 한다. 경쟁을 통한 서비스 질 향상과 다양한 코스 개발은 관광객들이 굳이 자가용을 이용할 필요 없이 시티투어 상품을 이용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결과를 낳을 것이다.


경주를 향한 관광객의 습격과 투어리스티피케이션 현상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정책적 고민이 APEC 성공 이후 경주를 진정한 국제 문화관광 도시로 도약시킬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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