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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의 관광 패턴이 유적지 위주의 단체 관광에서 황리단길을 중심으로 하는 개별 관광(FIT)으로 전환되면서, 이제 황남동 주민들뿐 아니라 새롭게 관광객 유입이 늘어나고 있는 황오동 주민들도 이 현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고즈넉한 한옥 생활을 꿈꾸거나 수십 년째 동네를 지켜온 주민들은 주말마다 몰려오는 관광객들로 인해 온 동네가 주차장이 되어버리고, 꽉 막혀버린 도로로 고통받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늘어나는 카페와 음식점들로 인해 주민 생활에 필수적인 세탁소, 미용실, 식료품점과 같은 시설들이 사라져가면서 생활의 불편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주민들이 떠나면서 빈집이 늘어나고, 관광객들로 인한 사생활 침해나 교통 불편 등으로 도심지역에 주거인구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은 장기적으로는 골목상권의 침체를 가속화 사킬 위험이 있다.
APEC이 경주의 위상을 높일수록, 황리단길을 넘어 다른 로컬 골목에도 이 현상이 확산될 위험은 더욱 커진다. 관광 산업이 경주 경제의 핵심인 만큼 관광객 유치가 필요하지만,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인해 경주에 살고있는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삶이 행복하지 않다면, 이는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길이다.
‘경주에 살고 있는 현지 주민들이 행복해야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도 행복하게 맞이할 수 있다.’ 이 명제는 지속 가능한 환대 도시의 기본 전제이다. 따라서 포스트 APEC 시대의 국제 관광 수요에 대비하고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더 늦기 전에 선제적이고 강력한 정책 도입이 필수적이다.
첫째, 주거지 보호 강화이다. 황남동, 황오동 등 주거 밀집 지역에 ‘거주자 우선 주차제’를 시급히 도입하여 주민들의 주차 공간을 우선 확보하고, 관광객 차량의 주거 공간 주변 진입을 엄격하게 단속해야 한다. 나아가 아파트단지 밀집 지역에도 ‘거주자 우선 주차제’를 확대하고 공영주차장을 확보하여 소방도로 등 재난 대비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주민의 일상을 지키는 동시에, 안전한 도시 환경을 만드는 기본이다.
둘째, 대중교통 접근성 증대이다. 관광객들이 차량 없이도 도심지 관광을 즐길 수 있도록 주말 및 성수기에 보문단지 등 주요 숙박단지에서 시내권으로 진입하는 교통수단을 증편하여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셋째, 교통 및 주차 관리 시스템 개선이다. 박물관, 동궁과 월지 등 주요 관광지 주차장을 유료화하여 장기 불법 주차를 방지하고, 경주시티투어 운영 규정을 완화하여 다양한 코스 개발을 유도해야 한다. 경쟁을 통한 서비스 질 향상과 다양한 코스 개발은 관광객들이 굳이 자가용을 이용할 필요 없이 시티투어 상품을 이용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결과를 낳을 것이다.
경주를 향한 관광객의 습격과 투어리스티피케이션 현상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정책적 고민이 APEC 성공 이후 경주를 진정한 국제 문화관광 도시로 도약시킬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