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북면 희망농원 재개발 논의가 또다시 난항에 난항을 겪고 있다. 수십 년간 누적된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민간개발 기회라는 평가 속에서도, 토지 보상과 회계 문제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반복되며 사업 자체가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천북 희망농원은 1979년 보문관광단지 조성 과정에서 국가 정책에 따라 형성된 한센인 집단마을이다. 강제 이주라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조성된 이곳은 현재까지도 구조적인 환경 취약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낡은 집단계사와 슬레이트 지붕, 노후 하수관로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위생 문제는 수십 년째 반복돼 왔고, 주민 대부분이 고령층으로 경제적 자립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농원 문제 해결은 번번이 좌절돼 왔다. 경주시는 2019년 국민권익위원회, 경북도 등과 함께 대규모 국비를 확보해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했고, 산업단지 민자 개발과 아파트 건립을 포함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해 왔다. 그러나 매번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서 토지 보상가와 내부 이견이 불거지며 사업은 무산됐다.
최근 다시 추진된 민간개발 논의 역시 같은 흐름을 반복하고 있다. 주민 다수인 60% 이상이 토지 매각에 동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상가를 둘러싼 의견 대립과 내부 분열 조짐이 나타나면서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부지 매입비와 650여 동에 이르는 폐계사 및 노후 주택 철거, 막대한 폐기물 처리 비용까지 감안하면 최소 1200억 원 이상이 필요한 대규모 사업이다. 국내외 경기 침체로 민간 투자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비용 부담은 투자자 이탈로 직결될 수 있다.
문제의 본질은 분명하다. 개발 논의가 나올 때마다 ‘한 번 더 나은 조건’을 요구하며 시간을 끌 경우, 결국 기회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희망농원은 공공 재정만으로 전면적인 환경 개선과 재정착을 동시에 추진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명확하다. 국민권익위원회 역시 과거 현장 확인 과정에서 열악한 환경과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지만, 제도적·재정적 한계 속에서 해법은 민관 협력 외에는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내부 신뢰 붕괴다. 수년전에 제기된 위장전입 의혹과 임원 자격 논란, 실거주 여부를 둘러싼 갈등은 주민 간 불신을 키우고, 협상력을 스스로 약화시키고 있다. 개발 주체와의 협상에서 회계 머니와 개인별 이해관계가 전면에 나설수록, 희망농원 전체의 미래는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명확하다. 개발 무산의 피해는 고스란히 현재 거주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장기적으로는 경주시 전체의 환경·행정 부담으로 남는다.
희망농원 문제는 단순한 부동산 거래가 아니다. 반세기 가까이 방치된 환경 취약지를 어떻게 정리하고, 주민의 삶과 재산권을 어떻게 현실적으로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다. 완벽한 해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돈의 논리’만을 앞세워 또다시 협상을 결렬시킨다면, 다음 기회가 언제 올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요구가 아니라, 냉정한 현실 인식과 공동체 전체를 위한 판단이다. 이 선택의 결과는 향후 50년 동안 희망농원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