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의 시선으로 다시 쓴 경주 이야기, 관광도시 홍보의 빈틈을 메우다.
“한 번 오는 도시에서 여러 번 찾는 도시로”… POST APEC 경주 위한 로컬 브랜드 전략 제시
<김기만대표>
경주시 봉황중심상가상인회 회장
스틸룸 포항점 창업
경북관광기업지원센터 ‘상생’창업
경북관광공사 경북 로컬크리에이터 선정
세계적인 문화유산 도시 경주는 늘 많은 관광객이 찾는 도시다. 그러나 정작 오늘의 감각으로 경주를 다시 해석하고, 젊은 세대의 언어로 풀어내는 플랫폼은 많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경주에서 나고 자라 외식업에 몸담아 온 김기만 대표는 이런 공백을 현장에서 체감했고, 그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브랜드가 바로 ‘경주로컬’이다. 그는 경주를 단지 한 번 들르는 도시가 아니라, 로컬 콘텐츠와 로컬 브랜드를 통해 두 번, 세 번 다시 찾게 만드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경주를 대표하는 수많은 문화유산과 관광 자원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김기만 대표가 바라본 경주의 과제는 단순히 ‘볼거리의 부족’이 아니었다. 오히려 충분한 자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누구의 시선으로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점에 가까웠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경주로컬’은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그는 자신이 젊은 시각을 전면에 내세우는 사람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경주에 거주하는 20대부터 40대 여성들을 주요 페르소나로 설정하고, 이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고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브랜드를 키워 왔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군 복무 시기를 제외하면 평생을 경주에서 살아왔다. 올해로 20년째 외식업에 종사하며 지역 상권의 흐름과 관광객의 반응을 오랫동안 지켜봐 왔다. 자연스럽게 홍보 수단의 필요성을 느꼈고, 비교적 이른 시기에 SNS를 접하며 디지털 플랫폼에도 익숙해졌다. 그가 ‘경주로컬’을 시작한 배경에는 개인 사업의 홍보 필요성도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큰 문제의식이 자리 잡았다. SNS가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허위·과장 광고가 넘쳐났고, 실제로 경주를 다녀간 지인이나 여행객들 사이에서 실망 섞인 후기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현지인의 시선으로 정확한 경주 정보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경주에 사는 현지인’ 정도의 뜻으로 만든 이름이었지만, 지금은 ‘로컬’이라는 단어가 훨씬 넓고 무거운 의미로 쓰이게 되면서 그에 따른 책임감도 커졌다고 했다.
실제 현장에서 바라본 경주 홍보의 현실에 대해 그는 다소 아쉬운 평가를 내놨다. 경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지 가운데 하나지만, 홍보 방식은 여전히 소극적인 편이라는 것이다. 지역민에게 알리는 오프라인 홍보도 물론 중요하지만, 타 지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홍보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SNS 시장에서는 팔로워 숫자만을 보고 홍보 효과를 판단하는 관행이 여전한데, 주제와 맞지 않는 계정이나 이른바 유령 팔로워가 많은 채널에 콘텐츠를 맡기는 경우를 보면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김 대표는 제주를 사례로 들며, 현지인의 시선으로 지역 콘텐츠를 소개하는 SNS 채널을 적극적으로 홍보대사로 활용하는 방식이 지역 홍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주로컬’ 역시 성수기와 비수기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월평균 600만에서 1000만 회 수준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고, 게시물의 99%가 경주와 관련된 콘텐츠인 만큼 지역에 특화된 온라인 채널의 활용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가 보는 경주의 가장 큰 매력은 유행을 타지 않는 도시의 본질에 있다. 신라 천년의 유적이라는 변하지 않는 자산이 있고, 포항·울산·부산·대구 등 주요 도시에서 차량으로 1시간 안팎에 접근할 수 있으며 SRT와 KTX를 이용할 수 있는 교통적 이점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는 넓고 다양한 공간이 풍부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차피 경주에 한 번은 온다”는 말을 종종 한다고 했다. 평생 한 번도 찾지 않는 도시가 있는 반면, 경주는 대다수 국민이 적어도 한 번은 방문하는 도시라는 뜻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 ‘한 번’을 ‘두 번, 세 번’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일이고, 그것은 결국 로컬 콘텐츠와 로컬 브랜드가 맡아야 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김 대표는 지역 브랜드 육성의 중요성을 힘주어 말했다. 대전이 성심당이라는 상징적인 로컬 브랜드를 통해 기존의 도시 이미지를 바꾸고 새로운 방문 이유를 만든 사례를 언급하며, 경주 역시 크고 작은 지역 브랜드를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성장시킬 기반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가 로컬 브랜드를 초기 단계부터 관리하고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센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다만 그 센터는 단지 이론 중심의 조직이 아니라, 실제 시장과 현장에서 활동 중인 전문가들이 현실적인 조언과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는 그가 마지막 질문에서 POST APEC 경주를 위해 단 하나의 권한이 주어진다면 “로컬브랜드 디벨롭 센터를 만들고 싶다”고 답한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지방이 살아남는 힘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유행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만 볼 수 있고 그 지역에서만 살 수 있는 로컬 브랜드에서 나온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경주로컬’의 콘텐츠 운영 방식도 이런 문제의식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김 대표는 지역 상권 상인들이나 경주시 공공기관이 알리고자 하는 정보와 자신이 전하는 콘텐츠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전달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그는 가독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보고, 정보보다 이야기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단순한 공지나 나열된 정보가 아니라 그 지역에 사는 사람만이 알고 있는 맥락과 스토리라는 것이다. 경주에서 40년 이상 살아온 경험은 그런 이야기들을 발굴하는 데 큰 자산이 됐다.
최근 기억에 남는 사례로는 경주의 지역 연고 스포츠단인 한수원 축구단 개막전 홍보를 꼽았다. 해당 콘텐츠는 광고성 협업도 아니었고, 구단 관계자와 사전 인연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지역 외식업체들과 함께 배달 음식을 나누고 시민들과 함께 응원하자는 내용의 콘텐츠를 직접 기획해 소개했다. 경기 시작 전 현장에 미리 도착해 촬영하고 분위기를 살피는 동안, 자신의 콘텐츠를 보고 경기장을 찾았다는 시민들을 여럿 만났다고 한다. 어른들뿐 아니라 학생들까지 자신을 알아보는 모습을 보며 콘텐츠의 영향력과 책임을 다시 체감했다고 했다. 경기 도중에는 한수원 축구단 관계자로부터 직접 연락이 왔고, 경기 후 만나 역대 최다 관중 기록에 대한 감사 인사를 들었다는 일화도 전했다. 광고가 아니었음에도 지역 기업의 스포츠단 홍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는 점에서 특히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사례는 ‘경주로컬’이 단순한 관광 계정을 넘어 지역 공동체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 대표는 현재 경주의 넓고 다양한 공간을 배경으로 문화활동을 콘텐츠화하는 작업도 이어가고 있다. 플로깅 같은 자원봉사 활동과 요가, 러닝 등 웰니스 콘텐츠를 결합해 시민과 여행객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고 있으며, 이런 시도는 글로벌 브랜드들로부터도 좋은 평가와 지원을 받은 바 있다고 했다. 그는 매번 비슷한 형식의 축제와 콘텐츠를 반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주라는 도시가 지닌 잠재력은 특정 관광지 몇 곳이나 익숙한 행사에만 머무르지 않으며, 폭넓은 문화 콘텐츠로 확장될 때 더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장기적으로 김 대표가 꿈꾸는 경주의 미래는 분명하다. 경주라는 도시 자체가 하나의 강력한 브랜드가 되어야 하고, 그 안에서 경주를 대표할 수 있는 크고 작은 브랜드들이 더 높은 감도의 콘텐츠를 통해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천년한우, 경주월드, 경주법주, 미정당, 경주빵, 대추밭백한의원 등 이미 전국적으로 알려진 브랜드들이 존재하는 만큼, 앞으로는 ‘경주에 왔다가 브랜드를 경험하는 구조’를 넘어 ‘그 브랜드 때문에 경주를 방문하는 구조’까지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경주로컬’은 지역 브랜드들과의 협업 가능성을 꾸준히 고민하고 있으며, 도시 브랜딩의 관점에서 경주의 다음 단계를 설계하고 있다.
관광도시 경주는 오래전부터 유명했다. 그러나 김기만 대표의 말처럼 이제 중요한 것은 유명한 도시를 넘어 다시 찾고 싶은 도시가 되는 일이다. 천년의 역사 위에 오늘의 감각을 입히고, 현지인의 언어로 도시를 다시 소개하며, 로컬 브랜드의 힘으로 방문의 이유를 새롭게 만드는 것. ‘경주로컬’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지 SNS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경주라는 도시의 오래된 자산을 지금의 방식으로 번역해내고, 그 번역을 통해 도시의 다음 가능성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POST APEC 경주를 준비하는 지금, 김 대표의 제안은 단순한 개인 브랜드의 비전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 전략으로도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