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로 진입한 경주는 지금 거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퇴직이후 남은 여생에 대한 계획을 세우며 여유를 즐기던 평화로운 풍경 이면에는, 평생을 바쳐 일한 직장을 떠나 막막한 노후를 마주한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깊은 한숨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경주는 자동차관련 소부장 산업단지에서 청춘을 바친 땀방울 맺힌 근로자들부터, 보문단지 서비스업에 종사하며 지역 관광을 이끌어 온 시민들까지 은퇴의 파도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밀려온다. 이런 가운데 2026년부터 시행되는 연금소득 원천징수세율 인하 및 퇴직소득 감면율 확대 조치는, 우리 지역 은퇴자들의 노후 자산 관리 지도를 새롭게 그릴 중요한 이정표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의 이번 세제 개편안의 핵심은 단연 '장기 수령'에 대한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다. 기획재정부가 밝힌 개정안에 따르면 첫째, 본인 납입액 등을 연금으로 종신 수령할 경우 기존 4%였던 원천징수세율이 3%로 인하된다. 둘째, 퇴직금을 연금 계좌(IRP 등)로 이전하여 연금 형태로 20년을 초과해 수령할 경우, 퇴직소득세 감면율이 기존 40%에서 50%로 대폭 확대된다. 즉, 퇴직금을 한 번에 목돈으로 찾지 않고 긴 호흡으로 나눠 받을수록 세금을 '반값'으로 줄일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들중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아 자녀의 결혼 자금에 보태거나, 작은 식당이라도 차려 새로운 인생 이모작을 꿈꾼이들도 있다. 가족을 위해 헌신해 온 우리네 부모님들의 따뜻한 마음이지만, 냉혹한 경제 현실 앞에서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자영업 폐업률이 치솟는 현 상황에서 철저히 준비되지 않은 창업은 평생 모은 노후 자금을 한순간에 앗아가는 늪이 될 수 있다. 더욱이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면 당장 퇴직소득세 100%를 고스란히 납부해야 한다는 점도 개인에게는 큰 손해다.
반면, 연금을 통한 노후 설계는 개인의 경제적 안정을 넘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55세에 퇴직한 근로자가 당장 생활비가 부족하지 않더라도 월 1만 원씩 최소 금액으로 연금 수령을 개시하면 혜택은 극대화된다. 현행법상 첫 연금을 받는 연도부터 수령 연차가 계산되기 때문에, 75세가 되는 시점부터는 '20년 초과 수령자'로 분류되어 남은 연금액에 대해 50%의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다고 세무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이는 단순한 현금성 복지가 아니라, 국민 스스로 노후를 책임지도록 유도하는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정책 설계라 할 수 있다.
중소도시인 경주 수두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가 주택 보유율이 높은 편이지만, 매월 현금이 창출되는 '현금 흐름(Cash Flow)' 측면에서는 취약한 노인 가구가 적지 않다. 읍면단위 소재의 오래된 주택에 살면서도 당장 병원비나 생활비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목격한다. 부동산이라는 묶인 자산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퇴직금과 개인연금을 활용해 매월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현금이 들어오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우리 경주는 자동차 관련 기존 제조업, 관광업 종사자들의 은퇴 시기가 맞물리고 있다. 이들 베이비부머 세대가 보유한 퇴직 자산이 지역 내에서 안정적으로 소비되며 경제의 선순환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은퇴자 개인의 든든한 연금 소득 확보는 필수적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지만, 연금 자산 관리에 있어서 시간은 곧 '돈'이자 가장 강력한 '무기'다. 당장의 일시금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이겨내고, 길고 안정적인 연금 수령을 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역 금융기관과 지자체 역시 바뀐 제도를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학습이야 말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것이 남은 여생을 슬기롭게 지낼수 있는 확실한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