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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거리에는 후보자 현수막이 내걸리고, 유세차의 확성기 소리가 이어진다. 그러나 정작 선거의 중심에 있어야 할 시민의 삶과 지역의 문제는 중앙정치의 구호와 진영 대결에 가려지기 쉽다. 지방선거는 어느 정당이 이 기느냐를 가르는 정치 이벤트가 아니라 시민의 하루를 누가 더 안정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지를 묻는 생활정치의 장이다.
시민의 일상은 지방정부의 행정과 직접 맞닿아 있다. 출근길 버스 배차 간격, 아이를 맡길 돌봄시설, 집 근처 공영주차장, 침수예방시설, 응급의료 접근성, 노인복지와 청년지원 정책까지 모두 지방정부의 결정과 예산 배분에 따라 달라진다. 시장과 군수, 구청장, 지방의원은 거창한 이념보다 시민이 매일 겪는 불편을 해결해야 하는 자리다. 그만큼 지방선거의 선택은 시민 삶의 질을 좌우 하는 현실적 결정이다.
그럼에도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낮다.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특히 청년층의 참여는 더욱 저조하다. 뽑아야 할 대표자가 많고, 후보와 공약을 일일이 살펴보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다. 그러나 무관심의 대가는 결코 작지 않다. 지역의 교통, 복지, 안전, 교육, 주거 정책은 선거 이후 4년 동안 시민의 생활 속에서 결과로 나타난다. 잘못된 선택이나 무관심은 결국 불편한 교통, 부족한 돌봄, 허술한 재난 대응, 열악한 정주 여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최근 반복되는 집중호우와 도심 침수, 싱크홀, 응급실 공백 문제는 지방행정의 중요성을 더욱 분명히 보여준다. 재난은 중앙정부의 대책만으로 막을 수 없다. 위험지역을 미리 파악하고, 배수시설을 정비하며, 현장 대응 체계를 촘촘히 세우는 일은 지방정부의 기본 책무다. 교통 문제도 마찬가지다. 버스 노선 하나, 배차 간격 하나가 시민의 출퇴근 시간과 생활 패턴을 바꾼다. 생활행정의 실력이 곧 시민의 안전과 편의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역소멸과 저출생 문제 역시 지방선거가 외면할 수 없는 과제다. 청년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는 단순히 일자리 부족 때문만이 아니다. 주거, 교통, 문화, 돌봄, 의료 같은 정주 여건이 함께 작동한다. 지방정부가 어떤 비전과 실행력을 갖느냐에 따라 지역의 미래는 달라질 수 있 다. 개발 공약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시민이 계속 살고 싶은 지역을 만들 구체적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는 정당 구호보다 후보의 행정 능력과 공약의 현실성을 따지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유권자도 후보자의 이름과 정당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 동네의 문제를 누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 교통과 안전, 복지와 돌봄에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선거공보 한 장을 읽고, 토론회와 지역 기사를 확인하는 작은 관심이 지역의 4년을 바꿀 수 있다.
정쟁은 선거가 끝나면 사라질 수 있지만, 생활행정의 결과는 시민의 삶 속에 오래 남는다. 지방선거는 멀리 있는 정치가 아니라 내 집 앞 도로, 우리 아이의 돌봄, 부모님의 복지, 지역의 안전을 결정하는 선택이다. 이제 유권자가 바라봐야 할 것은 목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지역을 책임질 능력이다. 후보자들도 거창한 구호보다 실행 가능한 생활 공약으로 시민 앞에 서야 한다. 지방선거의 본질은 바로 시민의 일상을 지키는 데 있다.
| 김장하(전 경상북도 명예 감사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