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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중소기업을 다니는 수십 년간 공장을 지키며 살아온 이 모(63) 씨는 지난해 큰 수술을 받으며 발생한 병원비 1,200만 원을 실손의료보험(실비보험)으로 청구해 전액 수령했는데, 최근 보험사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연락을 받았다고 상담을 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돌려받을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만큼의 보험금을 다시 회사로 반환하라는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고객은 “내 돈 내고 가입한 민간 보험인데, 국가에서 주는 복지 혜택을 받았다고 보험금을 뺏어가는 게 말이 되느냐”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현재 경주 지역 내 수많은 병의원 창구와 보험 대리점에서도 이와 유사한 민원과 갈등이 왕왕있는 것은 적지않게 상담이 들어온다. 서민들의 든든한 버팀목인 ‘실손보험’과 국가의 대표적인 의료 안전망인 ‘본인부담상한제’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혼란으로 봐야 한다. 무엇이 오해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실가입자와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확한 사실(Fact)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본인부담상한제는 무엇이며, 왜 실비보험과 충돌하는가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먼저 제도의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 본인부담상한제는 환자가 부담한 연간 의료비(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항목에 한함)가 개인 소득 분위별 상한액을 초과할 경우, 그 초과액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환자에게 되돌려주는 고마운 사회보장제도 이다. 과도한 의료비로 인한 가계 파탄을 막겠다는 취지로 해석해야 한다.
문제는 민간 보험사들이 이 환급금을 이유로 실손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이미 준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되었다고 볼수 있다. 보험업계의 논리는 명확하다. 실손보험은 피보험자가 ‘실제로 지출한 재산상 손해’만을 보상하는 손해보험이라는 점이다. 공단에서 사후에 돈을 돌려받는다면 결과적으로 환자가 최종 부담한 금액은 줄어들게 되므로, 그 차액만큼은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하고 있다. 상법상 손해보험의 대원칙인 ‘이득금지의 원칙(보험을 통해 실제 손해보다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없다)’을 근거로 든 것이다.
본인부담상한제와 실손보험의 관계 요약
국민건강보험공단 입장: 소득보전 및 사회보장 증진을 위한 공적 급여이므로 민간 보험사가 관여할 바가 아님.
민간 보험사 입장: 실손보험은 실제 발생한 손해만 보상하므로, 공단 환급금은 손해액에서 제외되어야 함.
‘표준약관 이전 가입자도 예외 없다’... 대법원의 명확한 선고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2009년 10월 표준약관 제정 이전에 가입한 ‘1세대 실비보험’은 환급금 미지급 규정이 없었으니 무조건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된다. 실제로 하급심 재판부에서도 약관의 모호성을 이유로 가입자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종종 있어 혼란을 키웠다.
그러나 법적 공방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종지부를 찍었다.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상 본인부담상한액 초과 금액이 실손보험 지급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에서 보험사의 손을 들어주었다.(대법원 2024. 1. 25. 선고 2023다283913 판결).
대법원 재판부는 실손보험의 본질이 손해보험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가입 시기와 무관하게 본인부담상한액 초과 금액은 피보험자가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비용이 아니라 공단이 부담하는 비용이므로, 실제 손해를 보상하는 실손보험의 보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시했으며, 약관에 명시적 규정이 없던 시절의 초기 가입자라 하더라도, 손해보험의 근본 원칙상 중복 보상은 불가능하다는 진실이 법적으로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사후 대응이다. 건강보험공단은 매년 8월경 전년도 소득 분위를 확정해 환급금을 통보한다. 보험사들은 당장 올해 의료비를 지급할 때도 가입자의 예상 소득 분위를 추정해 환급금만큼을 임의로 빼고 지급한다. 이때 가입자는 추후 소득 분위 변경에 따른 차액을 정산하겠다는 '반환 약정서' 등을 활용해 당장의 의료비 공백을 메우는 지혜가 필요하다.